언니네 이발관, 그 어떤 보통의 외로움


 작년 가장 많이 사랑을 받은 인디앨범을 고르자면, 단연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먼저, '좋은 음악'을 듣는 횟수와 그에 따른 만족으로 평가한다면, 먼저 처음 들었을 때 좋고 금방 질리는 부류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 여러번 들어야 좋은 음악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전자의 경우는 (내 주관으로 봤을 때) RATM, 프란츠 퍼디난드와 같이 훅이 강하고 기타, 드럼이 공격적인 사운드가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이러한 음악들의 단점은, 연주자도, 청자도 금새 피로해진다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과감하게 후자를 목표한다. 이번 5집앨범 이후 매스컴에서의 이석원씨의 태도는 놀라우리만치 거만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완벽을 향해 수천번의 레코딩을 해야 했다는 것과, 단 하나의 클리셰도 용납하지 않았다는 당당함. 혹자는 이번 5집을 한큐에 끝낸 음악인 것 같다는 평을 했고, 그게 자신들에게 가장 기뻤다는 일담, 이는 성향은 다르지만 마치 예전 브릿팝의 마지막 불꽃을 지폈던 버브의 리차드 애시크로포트의 궤변을 떠올리게 할 정도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리더 이석원씨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다. 우리는 각자의 별에서 온 것과 같이 무언가 다른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범한 신분이며, 허무한 빛, 잊혀진 길이다. 우리는 보통의 존재이다. 문득 살아가다 보면 모두들 한번쯤 느낄법한 외로운 감정, 사랑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인간의 태생적 고독을 느기는 존재이다. 이것은 단순히 실연당해 가슴아픈 사랑의 노래가 아니다. 그저 무덤덤하게, 매일같이 똑같은 삶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느끼는 고독감, 군중속에 있으면서도 무언가 불안한, 슬프지만, 치유될 수 없는,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정서이다. 
 타이틀곡 '아름다운 것' 역시 같은 선상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트랙은 '의외의 사실'이다. 그는 깨닫는다. 내 소유는 아무것도 없는 이곳과, 의미없는 관계 속에서 단절된 자기 자신 스스로를. 
 그들은 '나는' 에서 마지막으로 노래하고, 소통하려 한다. 청자들과, 자신들 스스로와, 그리고 가장 보통의 존재와. 하지만 나에게 이 소통은 단순한 독백으로 들릴 뿐이다. 소통이 단절되고, 이 음악은 어떤 의미를 띄지 못한 채 단순한 감정만 제공한다. 이러한 소통의 단절은 창작자에 의해 철저히 의도된 패배의식을 제공한다.
 
 언니네이발관 5집을 들은지도 벌써 9개월이 된 것 같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 음반은 나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가사와 본연적 성찰로 나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가져본다. 생각한다. 나도 보통의 존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해답을 찾아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답이 없음을 깨닫고, 잊고 또 다시 떠올리곤 한다. 나는 아직도 느낀다. 그들이 이야기한 어떤 본연의 외로움을. 그들이 풀지 못한 숙제, 어쩜 누군가도 풀 수 없었을지 모를 숙제. 그 무거움을 뒤로한채 산들산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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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ail | 2009/03/23 23:52 | music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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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hati at 2009/03/25 18:09
저도 작년 한 해 언니네 이발관 5집 정말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전 '작은 마음'이란 곡을 참 좋아했었는데, 글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starsail at 2009/03/25 18:19
작은마음 저도 참 좋아해요. 조근조근 곱씹는듯한 목소리와 차분한 기타연주. 새벽에 잘어울리는 노래죠. 자주 놀러오시구 좋은노래 많이 추천해주세요.
Commented by X_Guard-ST at 2009/05/30 23:29
언니네 이발관 노래 좋죠 ㅎㅎㅎ

진짜 보컬분의 목소리에 흠뻑 빠졌었죠 저도 ㅎㅎㅎ

인디 쪽을 좋아하시는건가요 ㅎ
Commented by starsail at 2009/05/30 23:41
예. 원래는 영국쪽 락음악을 더 좋아하는데, 요즘 한국 락씬을 제대로 들어보려구요. 늦은밤에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할때 기분이 참 좋답니다. 보통은 어른이면서도사춘기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은 자아를 잘 표현하는 느낌이 맘에든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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