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법과 블로그, 언론의 자본침해

매체는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매체의 변화를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홍모의원은 인터넷법 제정 관련한 한 대담에서 "70년대 흑백TV를 보다 칼라TV로 바꾸는 것과 같이" 법의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어찌 보면 상당히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안어울리는옷을 입은 것처럼.

인터넷은 어떤 곳인가.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세상이며, 보수적이기보다는 진보적이요, 또한 혁신적이기까지 한 곳이다. 늙은이들보다는 젊은이들의 세상이며, 전쟁으로 표현하자면 정규전보다는 게릴라에 가까웁고, 2차대전에 비장하게 참전하는 영국군의 모습보다는 사보타주를 앞세운 파시스트의 모습과 더 잘어울리는 것이 인터넷 아닌가.

언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은 비주류, 진보, 혁신에 힘을 준다. 블로그를 은유하는 표현으로 PUBLIC EYE라는 말이 있다. 법에 기반한 단체활동 따위의 과거적 매체수단은 기득권의 논리 내에서 맴돌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카메라와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제는 대중의 시각과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제껏 부여되지 않았던 어떤 힘이 부여되고 있다. 이는 대체로 와해적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속도의 충돌을 논한다. 그에 의하면, 가장 빠른 것은 비즈니스이고, 그 뒤로 시민단체, 정치단체와 법이 뒤늦게 따라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터넷 속의 미디어는 이것마저 해체한다. 오히려 첨단에 서 있는 것은 비즈니스도 아니라 참여, 개방, 공유의 정신에 입각한 개인의 모습이다. 웹 2.0을 이끌었던 것은 수많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이 아니었다. 2006년도 타임지 인물 부문 1위에 빛나는 YOU, 바로 당신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콜롬비아대학 언론대학원장 레만 교수에 의하면, 지금의 블로그는 기존의 자료를 가공해서 올리는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실제로 미미한 수준이라 한다. 하지만, 자료의 가공은 단순한 베끼기가 아닌 metadata, 즉 또하나의 다른 자료로서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이 미덥지 못하다면 DJ Shadow의 샘플링을 들어보라) 


인터넷의 언론활동을 규정하는 법을 만들자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홍의원의 발언에서 이미 한계는 드러났다. 언론을 단순한 금전적 부가가치로 규준하려 함이 그러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와 방법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법 또는 금전적 가치로는 잴 수 없는, 훨씬 더 순수하면서도 진실된 것이었으면 한다.

by starsail | 2009/02/06 22:29 | I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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